남편의 비밀, 그리고 끝내 닿을 수 없었던 믿음
결혼 4년 차, 이제 막 돌이 지난 딸과 함께 우리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신혼 때의 설렘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부부였다. 남편은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나는 육아와 살림을 도맡았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의 야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 업무가 많아지면 야근이 늘 수도 있는 일 아닌가. 하지만 이상했다. 남편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았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주말에도 피곤하다며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나는 남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너무 피곤해 보여. 회사에서 많이 힘들어?”
“응… 요즘 일이 많아. 피곤해서 그래.”
단답형 대답.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지만, 요즘 들어 유독 나와 눈을 잘 맞추지 않았다. 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 하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남편도 힘들겠지.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그해, 우리는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 출산 이후 나도 건강이 걱정되었고, 남편도 피곤함을 호소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귀찮아했지만, 내가 계속 권유하자 마지못해 따라왔다.
검진을 받은 지 일주일 뒤, 결과를 들으러 병원을 찾았다. 나는 긴장했지만, 남편은 무덤덤해 보였다. 대기실에서 남편과 함께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내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차례가 되자, 의사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남편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옆에서 듣고 있었고, 남편은 무표정한 얼굴로 의사를 바라보았다.
“에이즈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에이즈?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정밀 검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 검사 결과로 보아 감염이 확실시됩니다. 배우자분도 함께 검사를 받으셨으니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지만, 이후에도 정기적인 검진을 권장합니다.”
나는 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을 향해 물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에이즈라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머리가 아득해졌다.
“설명 좀 해봐! 어떻게 된 거냐고!”
그제야 남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대체 왜 감염된 건데?”
남편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듯, 힘겹게 고백했다.
“호기심이었어.”
“뭐?”
“호기심이었어… 그냥 한 번… 그냥 한 번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설마… 다른 여자랑 잤어?”
”…아니.”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털어놓았다.
“남자였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호기심으로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고…?”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병원을 나오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남편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유가 호기심 때문이라는 사실. 무엇보다,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
“왜… 왜 말 안 했어?”
“말할 수 없었어.”
“그러면 그냥 모른 척 살려고 했어? 나랑 딸까지 위험할 수도 있었잖아!”
남편은 변명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멍한 상태였다.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 4년, 그 모든 시간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를 믿는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며칠 동안 나는 남편과 말을 섞지 않았다. 남편도 미안한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나는 결심했다.
“우리 이혼하자.”
남편은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내 말을 받아들였다.
”…알았어.”

나는 남편을 원망하고 싶었지만, 이미 모든 감정이 소진된 상태였다. 남편이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신뢰가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결국 이혼했다. 남편은 내게 위자료를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었으니까.
이제 나는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남편과 함께한 시간은 아팠지만 이제는 과거가 되었다. 나는 딸을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다시는 어떤 이유에서든 상대를 속이는 관계 속에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혼사연 조선족남자랑 바람난 아내의 최후 (2) | 2025.03.15 |
---|---|
사랑했던 아내 그리고 내 아들이 아니었던 아이 결국은 이혼 (0) | 2025.03.15 |
요리레시피 매콤한 제육볶음 황금레시피 – 밥도둑 반찬으로 딱! (0) | 2025.03.14 |
구례군 벚꽃여행 총정리 산수유 마을 노란 산수유와 벚꽃의 조화 (0) | 2025.03.14 |
오늘의 요리레시피 얼큰하고 부드러운 순두부찌개 만들기 (0) | 2025.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