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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알콜중독으로 직장까지 잃은 남편과 이혼소송까지!

by 김준희 2025.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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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결혼 12년 차 그리고 이혼 소송 중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참을 만큼 참았고 버틸 만큼 버텼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오히려 더 일찍 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내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의 알코올 중독 때문이다. 연애할 때부터 술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때도 이미 알코올 중독의 징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보이지 않았고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야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성격도 온화했고 나에게 따뜻한 사람이었다.
연애하는 동안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단순히 술자리를 즐기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가끔 취한 모습을 보긴 했지만 그게 일상이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처음 몇 년간은 큰 문제 없이 지냈다. 물론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아지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그저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남편의 음주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일에도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주말에는 아예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애써 이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은 점점 변해갔다.

남편의 음주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하루 소주 2병은 기본이었고 많을 때는 3~4병까지 마셨다.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손이 떨리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때서야 남편이 알코올 의존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술을 마신 후에는 거의 기억을 못 했다.
처음에는 푸념이나 횡설수설하는 정도였지만 점점 심해져서 아무 곳에서나 쓰러지고 심지어 집 안 곳곳에서 구토를 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날도 많아졌다. 한밤중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이 아닌 거실 바닥에서 볼일을 보는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나는 지칠 대로 지쳤다. 아이들도 점점 아빠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어릴 때는 아빠가 술 마시는 걸 잘 몰랐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황을 인식하게 되었다.
아빠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거실에 토사물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점점 아빠를 피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술 문제는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단순히 술 냄새를 풍기는 정도였지만 점점 출근을 못 하거나 출근을 해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지각과 조퇴가 잦아졌고 결국 거짓으로 병가를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회사에서 조사가 들어갔다. 병가를 냈을 때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상사와 동료들은 더 이상 남편을 감싸줄 수 없었다. 결국 남편은 회사에서 해임되었고 집에만 있게 되었다.

남편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 가족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술을 마시는 시간은 더욱 길어졌고 나는 이제 남편을 돌보는 간병인처럼 살아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술이 들어가면 성격이 돌변했다.
처음에는 물건을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정도였지만 점점 폭력성이 심해졌다. 한 번은 남편이 술김에 나를 밀쳐 넘어뜨렸고 그 이후로는 아이들에게까지 위협이 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남편이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접근금지 신청도 함께 했다. 처음에는 미안함이 컸다.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고 가족이었는데 이렇게 끝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혼 소송을 준비하면서 남편에게 치료를 권유해봤지만 그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이 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원망했고 아이들을 빼앗아갔다며 화를 냈다.

소송 과정은 길고 지루했다. 남편은 끝까지 협의 이혼을 거부했고 결국 법정에서 다투게 되었다.
증거를 모으고, 진술을 정리하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남편이 끝까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이혼 소송이 끝나면 나는 다시 나만의 삶을 시작하려 한다. 아직도 감정적으로 정리가 안 된 부분도 있고 법적인 절차가 끝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아마도 남편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더 이상 술 냄새로 가득 찬 집에서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복잡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이제 다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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