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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남편이 면접교섭을 한다며 전 배우자 집을 자기집 드나듯이 다니는데 어떻게 하죠?

by 김준희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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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평안함을 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람과 다시 시작한 삶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여러 상처를 딛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가족을 구성했다면 그 안에서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할 것은 신뢰와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약속일 것입니다.

요즘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일이 있습니다. 지금 함께 사는 남편은 저와 재혼한 사람입니다. 저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고
남편 역시 이전 결혼에서 낳은 아이가 있습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후에 시작한 가정이었기에 분명 견고한 의지와 약속이 있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편이 이전 배우자의 집을 자주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면접교섭입니다. 친부로서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권리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권리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부모라는 존재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연결 고리이기에 그것을 끊어내고 싶지도 않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면접교섭이라는 이유로 너무 자주, 너무 오래, 이전 배우자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반에는 주말에 반나절 정도 만나서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패턴이 변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아닌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식사까지 함께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어떤 날은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그 집에 머물렀고, 심지어 하룻밤을 그곳에서 자고 온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어리니 낯선 환경보다는 원래 살던 공간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전 배우자와의 관계는 아이를 위한 목적에서 유지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곧 좋은 부모의 모습이라고 믿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저와의 신뢰를 시험하는 상황들이 쌓였습니다.

말없이 다녀오는 경우가 늘었고
저와 상의 없이 갑자기 아이를 보러 간다고 일정을 바꾸는 일도 생겼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면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빠가 아이 보러 가는 게 왜 문제냐”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그러면서 저를 이해심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아이를 만나는 것만이 아닙니다. 가정을 함께 꾸려가는 배우자로서 지켜야 할 선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이 상황을 그냥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가정을 지키고
지금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관계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내가 아닌
현명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저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대화를 시작할 때 감정이 먼저 앞서게 되면 상대는 방어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차분하게 현재 느끼는 감정을 설명했습니다. 지금 내가 불편한 건 아이를 만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과정이 불투명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면접교섭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지길 원한다고 전했습니다. 법적으로도 면접교섭은 일정한 시간과 장소
방식이 정해져 있는 제도입니다.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유지하되
그것이 배우자의 신뢰를 해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전 배우자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자주 만남이 이뤄지는 것은 지금의 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가정 내 약속을 만드는 노력을 했습니다. 면접교섭이 필요한 날에는 미리 저와 일정을 공유하고
아이와의 만남이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 투명하게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신뢰는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약속과 실천이 있어야 마음속의 불안을 없앨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중립적인 제삼자의 조언을 받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필요하다면 부부상담센터나 가족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사이의 갈등이 커지기 전에
제 감정이 더 이상 다치기 전에 도움을 구하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는 법적인 틀 안에서 면접교섭의 범위와 절차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던 부분이었지만
실제로 면접교섭은 부모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해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 만약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면
정당하게 조정하거나 법률적인 상담을 통해 방향을 잡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가정을 지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재혼 가정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도 사랑받을 권리가 있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족을 이룬 이상
그 과거가 현재의 평화를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남편 역시 자신이 두 가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가져야 하는지를 스스로 인식해야 합니다.

모든 문제는 관계에서 비롯되고, 관계에서 해결됩니다. 그렇기에 절망보다는 대화를 선택하고
감정보다 신뢰를 쌓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싶습니다. 지금은 어쩌면 갈등의 순간일 수 있지만
이 시간을 넘어서면 더 단단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가요. 그렇다면 너무 혼자서 끌어안지 마시고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먼저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감정이 무너지면 결국 그 피해는 나뿐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도 전해질 수 있습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신중하지만 분명하게 나의 삶과 감정을 지켜내는 일에 대해 더 이상 미뤄두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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